그런 것들을 계속해서 먹으면 질리기 때문이다. 질리지 않는 것은 역시 쌀로 지은 밥이다.(우리는 보리밥도 먹긴 하지만 그것이 주식은 아니다. 주식은 쌀밥이다. 흔히 밥이라 할 때는 쌀이라는 말이 생략된 것이다) 밥을 먹지 않고는 살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밥’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먹고 살기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밥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시절이 있었다. 보릿고개가 있는 등 참으로 힘들었다. 그때는 아침인사가 “진지 드셨습니까?”였다. ‘밥’이 소중한 시절이었다. 무엇이 소중한지를 아는 시절이었다.
“사람이 밥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마4:4)라는 말은 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보면 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 된다. 밥이 되어지기까지는 실로 사람과 자연 그리고 하나님이 어우러지는 과정이다.

밥이 되기 위해선 쌀이 있어야 하고 쌀이 있기 위해선 벼가 있어야 하고 벼가 있기 위해선 모가 있어야 하고 모가 있기 위해선 볍씨가 있어야 한다. 즉 볍씨를 싹 틔어 모를 내고 그 모를 심어 벼를 기르고 그 벼가 다 자라면 추수를 하고 쌀을 찧는다. 이 모든 과정 과정에 농부의 손길이 함께 한다. 사람의 손길이 여든 여덟 번 간다고 해서 쌀 미 (米)라 지었다 한다.

농사에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논과 밭을 만드는 일이다.(마 4:3~8) 돌밭에 뿌려진 씨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 그러므로 농부는 돌을 걷어내고 거름을 주어 삼십 배, 육십 배, 백배의 결실을 맺는 살아있는 생명의 땅을 만들어야 한다. 쌀 한 톨 속엔 이런 농부의 수고와 땀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농사짓는 과정을 잘 보면 자연의 조화로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쌀 한 톨이 만들어지려면 논(흙)이 있어야 하고, 물이 있어야 하고, 햇빛이 있어야 하고, 바람이 있어야 하고, 미생물이 있어야 하고 등등 자연의 조화로움이 더해지지 않으면 쌀알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렇듯 쌀 한 톨 속에는 우주 자연의 조화로움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또한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께서 사람을 비롯한 이 땅 위의 모든 것에 생명을 허락하시고, 사람으로 땀을 흘려 돌보게 하시고, 그리고 뭇 생명들을 동원하여 쌀 한 알을 만들게 하시니 가히 신비롭다 하겠다. 이처럼 생명을 만들고 풍성케 하는 신비로운 농사일을 농부가 혼자서 다 할 수 없다. 농부들은 이야기하길 농사는 사람이 짓는 것이 아니라 한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들 한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하늘이 돕지 않으면 그해 농사는 망치게 된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마 6:26)라는 말씀을 믿지 않는 농부들이라도 다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쌀 한 톨에는 하나님의 돌보심과 창조의 섭리가 담겨져 있다. 이렇듯 쌀 한 톨에는 사람의 수고와 땀 흘림, 우주 자연의 조화로움 그리고 하나님의 돌보심이 없으면 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쌀알 하나에 이 세 가지(하나님 - 자연 - 사람)가 다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런 쌀에 다시 한번 주부의 사랑이 담겨져야 비로소 밥이 되고 그 밥이 우리의 밥상에 오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밥을 막 먹을 수 없다.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밥을 막 먹으면 막사는 사람이 되고 밥이 소중한 줄 모르고 먹으면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 줄 모르고 살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늘 감사기도를 드리면서 밥을 먹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밥이 우리 몸이 된다. 처음엔 밥과 내가 둘이었는데 밥을 먹은 후에는, 밥이 내 몸 안에 들어온 후에는 이미 ‘나’가 되어 버렸다. 밥과 나는 둘이 아닌 것이다. 밥을 같이 나눠 먹은 이들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둘이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 밥을 자신의 몸이라 말씀하신다.

“저희가 먹을 때에 예수께서 밥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을 주시며 가라사대 받아 먹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하시고” (마 26:26)

예수의 몸을 받아먹은 이들은 모두 예수의 몸과 둘이 아닌 존재가 된 것이다. 그전에는 예수와 내가 둘이었지만 그 밥이 그리스도의 몸 인줄 알고 먹은 이들은 이미 그의 몸이 된 것이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 12:27)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변화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