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핵심은 보육 정책에 시장경쟁체제를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데 있다. 4년여 전부터 정부는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때마다 보육료 자율화 방안을 수시로 들고 나오곤 했다. 보육료 자율화란 보육료의 상한선을 폐지하고 가격을 시장에 맡겨 시설들이 자체적으로 보육료를 책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가리킨다.

우선 보육료 자율화를 적극 주장하는 쪽은 재정경제부다. 큰 틀에서 재경부는 시설장들의 비리나 보육시설 운영의 문제를 가격 규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금처럼 보육료의 상한선을 두게 되면 보육 시설은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려고, 또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값싼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주거나 보육교사들에게 과중한 노동을 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보육료의 상한선을 폐지하고 시설에 따라 가격을 자율화하면 민간보육시설의 서비스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설들이 각자 가격 경쟁과 서비스 경쟁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꿀꿀이죽 급식 같은 문제도 대폭 줄어들 것이고, 부적격 시설은 자연 도태돼 보육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설명이다. 전형적인 시장 경제논리다.

반면 여성·시민단체에서는 이에 반대한다. 시민단체들은 교육열이 높은 우리 사회 학부모들을 미루어 짐작해봐도 그렇거니와, 보육료를 자율화하면 결국 보육료의 전반적인 상승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본다. 보육료의 자율화는 보육 서비스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 뻔하고,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아이의 교육 여건이 달라지는 일은 보육의 공공적인 성격을 무시하는 일이나 같다는 설명이다. 이에 지난 6월에는 여성단체와 보육노동조합 등 11개 시민단체가 ‘보육료 자율화 반대와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을 위한 연대’를 결성하고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보육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는 어떨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육료 자율화에 분명한 반대를 표명하던 여성가족부는 올해 들어 이 문제에 여러 차례 분명치 못한 태도를 보여 비판에 시달렸다. 심지어 여성가족부가 앞장서 보육료 상한선을 일부 폐지하는 데 거들고 있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여성가족부 안에서는 보육료 자율화 일부 도입(상한선 일부 폐지)을 주장하는 쪽과 보육료 자율화 절대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엇갈렸다. 여성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서야 비로소 일단 공보육에 대한 기반이 조성될 때까지 보육료 자율화 논란을 미루고 공보육 여건을 먼저 만들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털어놓았다.

보육료 자율화는 우리 아이들 곁을 오랫동안 배회해온 유령 같다. 1990년대 말부터 정부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가격 자율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보육 시설의 보육료 자율화에 대한 논란을 벌이기 시작한 때가 지난 2002년경이었다. 여성단체들은 그해 정부가 발표한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지난해, 이 논란이 재연됐다. 지난해 6월 재정경제부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를 발표하면서 놀이방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업을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중소기업 업종에 포함시켰다.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고, 여성부까지 거세게 반발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보육료 자율화 논란이 더욱 가시화되면서 논란이 극대화됐다. 2005년 8월말 현재까지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정치권에까지 파장이 미쳐 경제학자 출신의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은 보육료 자율화를 주장하는 쪽의 손을 들어주었고, 유승희·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과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적극 반대의 편에 서서 맞서고 있다.
논란이 길어지면서 흉흉한 ‘괴소문’도 많다. 보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쪽 회의 석상에서 누군가 “이건희 삼성 회장 손자도 갈 만한 보육시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는 얘기도 있고, 보육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이런 이야기들은 소문의 진실여부를 떠나 보육료 자율화 협상이 누구를 위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가늠케 한다.

현재 우리 나라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시설의 5%, 시설 이용 아동 전체의 11%대에 불과하다. 현재 보육정책 예산은 연간 1조3355억 원(국비 6001억 원, 지방비 7354억 원)으로 보육의 정부 분담률은 20%대 수준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41%, 일본이 53.4%, 스웨덴 83% 수준을 보여주어 정부의 지원비율이 국제적으로 볼 때 매우 낮다. 보육에서 공공성이 먼저냐 시장경쟁이 먼저냐는 논란을 벌이기 전에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