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전 논산훈련소 연병장에서 부대 안으로 들어가는 너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렸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이 찡하단다. 마음 졸이며 새벽마다 기도 드리고 네가 좋아하는 요리를 볼 때마다 너의 건강이 걱정되어 애태우며 지냈던 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지는구나.
훈련기간이 끝나고 어느 부대로 배속되었는지 궁금해서 아버지랑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찾아보았는데 네 이름 ‘김효석’은 찾을 수가 없더구나. 온갖 상상을 하면서 네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은 모두 전화를 하던 중에 법무부 소속 연수원에 이동되어 교도대 훈련을 받고 있다고 다음날에야 연락을 받았지. 훈련기간이 끝나고 마산 교도소 교도대에 배치를 받은 후 늠름한 모습으로 휴가 온 너의 모습에 얼마나 반갑고 또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었는지.
너를 사랑하는 주위의 많은 분들이 네 안부를 물을 때 “마산 교도소에서 복무하고 있다”고 하니까 죄를 지어서 수감되어 있는 줄 알고 놀라는 표정을 지으셔서 황당했던 적이 있었단다. 그래서 다시 ”마산 교도대에 근무한다“고 설명을 해 드렸더니 안심하는 웃음을 짓는 일도 있었지. 나는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보고 느끼면서 하나님께로 향한 너의 신앙심이 더욱 돈독해진 것을 감사드린단다. 그리고 인근 교회 여전도회 어머님들께서 주기적으로 수감자들에게 전도하며 위문하시는 사랑의 모습에 감동받았다는 얘기와 여자 재소자들의 애환을 들려줄 때마다 YWCA 회원으로 활동하는 엄마를 떠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복된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었단다. 4형제의 막내인 너는 언제까지나 엄마의 기쁨이고 행복이란다. 정말 많이 사랑한다.

통영에서 엄마가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정말 이 노래가 너무 잘 어울리는 개구쟁이 내 동생. 장난끼가 어찌나 많은지 집에 있으면 늘 그렇듯 다가와서 장난을 걸고, 늘 투닥투닥 싸우기도 많이 싸웠었다. 그렇게 늘 집안의 막내로, 어리고 철부지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동생이 군대에 가게 되었다.
처음엔 이제 집에 가면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좋겠구나, 했다. 하지만 막상 동생이 군에 입대하던 날, 논산 훈련소에서 손을 흔들며 어찌나 가슴이 찡하던지.
초등학교 때 누가 날 괴롭히면, 남동생은 우리 누나 괴롭힌 사람 누구냐며 쫓아오곤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에는 부모님보다 나에게 상담을 더 많이 하며 속이야기도 많이 했었고, 대학교 와서는 같이 영화 보러도 다니고, 누나 생일이라고 용돈 모아 선물도 해주고, 내가 늦게 들어오면 걱정된다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었다.
생각해보니 싸웠었던 날보다 둘이 함께했던 좋았던 시간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이렇게 떨어져 보니 남동생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가족이라고 해서 늘 곁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소중함을 잠시 잊었었나 보다.
곧 휴가 나온다고 하던데 이제 개구쟁이가 아닌 멋진 사나이가 되어서 돌아오겠지? 멋진 사나이 내 동생! 휴가 나오면 누나가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그럴게. 이런 말 처음이라 많이 부끄럽지만, 사랑한다 내 동생아. 몸 건강하게 군생활 잘 해!

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위문편지를 썼을 때는 ‘군인 아저씨께’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대학 새내기 시절엔, ‘00오빠’로 바뀌던 것이, 어느 새 친구들이 제대하고, 지난 3월 내 남동생이 입대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남동생은 재수하던 시절부터 빡빡머리를 고수했던데다 입대 전, 동생이 3개월 간 배낭여행을 다녀온 터라 훈련소로 보내고도 빈자리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얀 규격봉투에 보내진 동생의 편지를 읽으며, ‘아, 정남이가 군대에 갔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공군에 지원한 동생은, 벌써 내일이면 첫 휴가를 나온다. 부모님은 휴가 날짜가 잡힌 날부터 들뜨셔서, 동생을 맞을 준비를 하신다. 나도 조용히 제대한 친구들과 주위 선배들에게 첫 휴가에 나와서 무엇을 했냐고 수소문을 했다. 초코파이 한 상자를 두 개 빼놓고 다 먹었다는 친구, 이불 속에 들어가서 과자 먹으면서 비디오 봤다는 선배, 대부분 군대 밥이 맛이 없어서 그런지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어 했다. 그러고 보니, 동생도 편지에 교회에서 받은 두 개의 몽쉘통통이 참 맛있었다고 적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내일 첫 휴가를 나오는 동생에게, 평소에 좋아하던 삼겹살로 저녁을 먹이고, 집에 와서 달콤한 초콜릿 과자를 준비해, 도톰한 오리털 이불과 함께 즐겨보았던 미국 드라마를 보여 주면, 그야말로 꿈의 첫 휴가가 되지 않을까? 동생이 집에 오는 내일이 기대된다.